이렇게 6개월만에 첫 글을 쓰게 되네요.

지난 12월, 필진에 참여해 달라는 주인장의 부탁에 흔쾌히 수락했지만, 여러가지 바쁘다는 핑계로 (딸아이 출산, 전문연구요원 종료, 영국에서의 적응 등등)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어 왔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달까요.

글에 대한 생각 역시 저를 가둔 면도 있습니다. 몇개월을 고민고민해 쓴 논문이라도, 1년후에 읽어보면 아쉬운 부분이 군데군데 발견됩니다. 10년전에 어디엔가 쓴 제 글을 다시 읽으면, 마치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을 읽는 것 마냥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많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면서 '명쾌하게 써놓은 글'의 오류에 대한 책임을 질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공간의 필요성에 공감한 이유는, 이 분야 (의학/의학 연구)에 대한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하다고 언제나 느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의과대학에 진학할때도, 졸업 후 의과대학 기초의학 (앞으로 기초 대신 '연구'라 부를까 합니다) 학위 과정에 들어올때도, 그리고 그 이후의 진로를 결정함에 있어서도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정보의 부족은 계획의 부재, 감성적 (혹은 즉흥적)인 결정으로 이어지고 시행착오로 귀결되기 마련입니다. 연구 의학 분야에 가뜩이나 사람도 많지 않은데 기록마저 없다면,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 역시 같은 과정을 반복할 수 밖에 없겠죠. 이런 의미에서 제 경험이나 생각을 하나의 참고용 기록으로서 남겨보고자 합니다. 필진에 제 실명을 밝힌 것은, 조금이라도 더 책임감을 가지고 과장없이 남겨보고자 하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현재 10명 가까운 필진이 있지만 쓰여지는 모든 글이 필진 사이에서 'consensus'가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쓴 글 역시 저의 상황에서 일어난 특수한 기록이지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 블로그를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제가 쓰는 여러 글들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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