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적 접근으로 본 폴리아모리(다자연애)진화심리학적 접근으로 본 폴리아모리(다자연애)

Posted at 2015/07/20 06:36 | Posted in For Fun Project

인류 사회에는 언제 어디서나 ‘일부일처제가 옳으냐, 일부다처제를 허용해야 하느냐, 일처다부제는 왜 안 되냐’는 등등의 인간의 짝짓기 제도에 관한 수많은 의견들이 있어왔다. 현대 사회에서는 고대로부터 전 세계에 각지에 걸쳐 존재했던 일부다처제가 그 설 자리를 잃었고, 일부일처제를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 보편타당한 제도로 인정하고 있다. 누군가가 일부다처를 주장했다가는 미개인 혹은 남성우월주의자로 낙인찍히기 딱 좋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동거인 남성과 피아니스트 둘 사이에서 누구를 선택할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세 명이서 사이좋게 연애를 하게 되는 아주 독특한 형태의 짝짓기 방식이 연출이 되는데, 이 상황을 극대화하고 정형화한다면 ‘일처다부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다처제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발견되는 일반적인 폴리아모리의 형태이지만, 일처다부제가 보고된 곳은 티벳의 일부 지역밖에 없다. 이 지역은 유목 사회의 특징 때문에 일처다부제를 할 수 밖에 없는 어떤 당위성이 존재한다 (이 경우에는 형제들이 한 여자를 공유). 우선,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 일부일처제의 장단과 현실성을 알기 위해서는 인간의 짝짓기 행동에 대한 보편적 특징을 알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므로 한번 정리를 하도록 하자.


첫째, 여성들은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사회에서조차도 공통적으로 일부일처제 결혼을 추구한다. 드물게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여성들은 신중하게 남자를 선택하고자 하며, 그러고 나서 남자의 가치가 존재하는 한 일생 동안 한 남자를 독점하고, 아이를 기르는 데 그 남자의 도움을 받고, 십중팔구는 죽을 때도 함께 죽기를 원한다.

둘째, 여성들은 본질적으로 성관계의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물론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들이나 현실의 여성들은 전혀 색광증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며 끊임없이 주장을 하며, 우리가 그 말을 믿지 못할 이유도 없다. 이름도 모르는 남자와의 하룻밤 정사에 흥미가 있는 요부는 남성들의 포르노그라피가 만들어낸 환상이다. 남자 동성연애자 즉, 게이의 경우 일생동안 보통 100명에서 1,000명의 파트너와 성관계를 맺지만 여성의 경우(레즈비언)는 5명 내외로 제한된다. 남성과 여성의 성적 행동 추구는 근본부터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즉, 남자들은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 안에서 한 여자와의 삶을 강요받지 않는다면 (그것이 가능하다면) 전 세계 수많은 여자들과 섹스를 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는 게 개체의 목적이라는 점에서 수컷이 지니는 성관계의 다양성의 추구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반면 여성의 경우 여러 남자와 무분별하게 섹스를 하는 것은 자신에게 이득이 될 것이 별로 없는데,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 자식의 숫자가 임신 횟수의 제한으로 인해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고, 수컷의 도움 없이 자식을 홀로 키워야할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성적 기회주의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그보다는 자신을 보호해주고 자녀를 함께 키워줄 성실한 수컷을 골라서 안정된 성관계를 가지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도 가끔 부정을 저지른다. 모든 불륜이 남성들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여성들이 남창이나 낯선 사람과의 일시적인 성교에 관심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 하더라도, 일일연속극 같은 생활에서 그녀가 그 시기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여성은 아는 남성과의 불륜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모순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 원인으로는 불륜남의 강한 유혹, 불행한 결혼 생활, 생물학적 측면에서의 성교 계획 변경 등을 들 수 있으나 모두 가설에 불과하다.


        


자, 이제는 인간 세계를 뛰어넘어 인간의 성생활과 유인원과의 성생활을 비교해보자. 영국의 생물학자 로저 쇼트의 1970년대 연구는 매우 쇼킹하고 의미가 있다. 그는 유인원의 해부학적 구조에서 독특한 점을 발견하였는데 침팬지는 거대한 정소를 가지고 있는 반면에, 고릴라는 매우 작은 정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릴라는 침팬지보다 몸무게가 4배나 더 무겁지만, 정소는 침팬지가 고릴라보다 4배나 더 무겁다. 쇼트는 이 사실에 의문을 품었고 그것이 교미 체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제안을 했다. 쇼트의 제안에 의하면, 수컷의 정소가 크면 클수록 암컷은 더 일처다부성을 띄게 된다.

그 이유는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만약 암컷이 서너 마리의 수컷과 교미를 하게 되면, 각 수컷의 정자들은 암컷의 난자에 가장 먼저 도달하려고 경쟁할 것이다. 수컷이 이 경주에서 자기가 우세하게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더욱 많은 정자를 생산해서 경쟁을 압도해버리는 것이다. 침팬지는 서너 마리의 수컷이 암컷 한 마리를 공유하는 집단을 이루고 살기 때문에, 자주 사정하고 많이 사정할 수 있는 능력에는 포상이 따른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수컷이 아버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이 추측은 모든 원숭이와 설치류에 해당한다. 고릴라처럼 성교의 독점을 확신하면 할수록 수컷의 정소는 작아진다. 즉, 암컷이 여러 마리의 수컷과 난교를 이루는 무리에서 살수록 수컷의 정소는 더 커진다.

수컷의 정소가 크면 암컷은 일처다부성이다’라는 쇼트의 주장은 동물의 교미 체계에 대한 해부학적 실마리를 잡은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유인원인 사람의 정소는 중간 크기로, 고릴라의 정소보다는 상당히 큰 편이다. 침팬지의 정소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정소는 이미 만들어진 정자를 서늘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말하자면 정자의 저장 수명을 늘릴 수 있도록 몸 바깥으로 늘어져 있는 음낭 속에 저장되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인간에게 나타나는 정자 경쟁의 증거로 보인다.

그러나 인간의 정소는 침팬지의 정소만큼 크지 않으며, 예전처럼 전력을 다해 작동하고 있지도 않다는 몇 가지 잠정적인 증거가 있다 (한때 인류의 정소는 훨씬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몸무게 1그램당 정자의 생산율을 보면, 인간은 현저하게 낮다. 무엇보다 여성은 성적인 면에서 그렇게 문란하지 않다고 결론짓는 것이 타당해보이며, 그것은 또 진화학자들이 기대했던 바이기도 하다.

아무리 일부다처제가 강한 사회라도 아내 집단이 한 남성에게서 다른 남성으로 넘겨지는 식으로 조직된 곳은 없다. 인간 사회의 아내 집단은 한 명씩 들어와 형성된 것이므로, 일부다처제를 장려하는 사회에서도 대부분의 남성은 한 명의 아내와 관계를 유지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프리섹스 공동체를 만들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각각의 남성들이 각각의 여성들과 짧은 성관계를 반복하는 그런 사회는 만들어진 적도 없고 유지된 적도 없다.

사실 인간의 짝짓기 체계도 유인원 못지않게 특징적이다. 부부간 결속이 오래 유지되고, 일부일처제 중심이지만 때로 일부다처제가 혼재하는 양상, 침팬지처럼 대규모 무리나 부족에 포함되는 것 등이 그 특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남성들 사이에 고환의 크기가 아무리 다양할 지라도 고환이 체중에 비례해서 고릴라처럼 작거나 침팬지처럼 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체중에 비례하여 인간의 고환은 고릴라의 다섯 배 정도이고 침팬지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것은 여성의 정절을 어느 정도 보여주는 일부일처제의 종에게 적합하다.

다시 글루미 선데이의 다자 연애로 돌아가 보자.

영화에서 여 주인공은 유태인 식당 주인과 4년간의 동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쟁자인 피아니스트가 등장을 한다. 마음씨 좋은 유태인 식당 주인은 그녀가 본인과 피아니스트 중 하나를 선택할 기회를 주는데 여 주인공은 피아니스트에게 가게 된다.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던 유태인 식당 주인은 다시 한번 그녀에게 구애를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자 그냥 사이좋게 세명이서 사귀자고 제안을 하게 되고 이게 받아들여지면서 위태로우면서도 낭만적인 떼사랑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이런 식의 폴리아모리가 가능한 것은 이 관계가 단지 ‘연애’의 목적에만 충실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게 만약 결혼의 상태고 자식을 낳아서 길러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런 관계는 깨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만약 여 주인공이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고 치자. 그럼 이 아이는 누구의 아이인가? 남자 둘 중 그 누구도 자신의 아이라고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아기가 아빠 수컷으로부터의 든든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컷은 자신이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에 자식의 유전자가 자신의 것임을 확신하기 위하여 암컷을 구속하는 행동을 한다. 그것이 결혼이다. 일반적으로 수컷의 질투가 암컷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집요한데, 이는 원칙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대체로 수컷은 새끼가 자신의 유전자를 상속하였다는 확신이 없거나, 남의 자식이 확실한 경우 물질적, 정서적 지원을 전혀 하지 않게 된다. 원시 부족의 상당수에서는 그 사회 내에서 재혼을 할 때는 여자에게 자식들을 죽이고 새 시집을 오게 하는 규칙이 존재한다. 일처다부제가 존재할 수 있는 경우는 티벳처럼 2~3명의 형제(근연도 50%)가 한 여성을 공유하고, 자신 집안의 재산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을 때나 가능하다. 글루미 선데이에서 나오는 폴리아모리가 일생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에 가깝지 않을까? 그런 식의 형태로 성생활을 하며 살기에는 암컷들의 유전자는 너무 보수적이며, 수컷들의 유전자는 너무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참고 문헌

-붉은 여왕 (매트 리들리 저) -진화심리학 (데이비드 버스 저) -본성과 양육 (매트 리들리 저)


Posted by 즐거운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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